경마를 “돈”으로 환산하면?
- 경마의 산업적 가치에 대하여 -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말(言)인 ‘경마’가 모든 이에게 어떻게 보여 질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경마가 무엇이며, 왜 하느냐”하는 것이다. 간단하게는 한국마사회법 제1조에 나와 있는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원활한 보급을 통하여 마사의 진흥 및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여가선용을 도모함”이라 되어 있으니 그리 답하면 되지만, 첫 단어인 경마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리고 마사 진흥과 축산 발전이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이 모두가 경마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매김했느냐 하는데서 그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경마는 어디에 속하나?
경마는 산업분류에서 어디에 속할까?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경마”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18종류가 나온다. 이렇듯 경마는 어느 특정한 한 분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선지 사람들은 자신이 설명하기 쉬운 분야를 중심으로 경마를 보게 된다. 말을 중심으로 한 분야, 경주를 하기 위한 제반 인프라(주로, 관람대 등), 베팅을 하는 행동과 그 행동을 하기 위한 제반 시설(발매기 등)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시각이 가능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업분류는 산업의 구조에 따라서 1~4차로 구분하는 클라크식 분류법을 사용하는데, 경마산업은 놀랍게도 1차에서 4차까지 모두 속한다.
경주말을 생산하고 사육하며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일은 1차 산업인 농·축산업에 해당한다. 특히 말은 여타 가축에 비해 넓은 방목초지가 필수적이며 목건초와 같은 조사료를 꼭 먹어야 산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경마가 발전한 나라는 대부분 넓은 초지가 있으며 농·축산업이 발달해 있다. 우리나라는 1천여 개소의 말 사육농가가 2만두 가량의 말을 키우고 있다.
2차 산업으로는 경주로와 관람시설, 목장을 설치하는 건설공사, 경주마 조교용 시설과 기계장치, 마구 등을 제조하는 건설·제조업이 해당되며, 경주마로의 조련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3차 산업은 서비스업을 말하는데, 경마공원에서 경주 중계·관람·마권발매·식음료 판매 등의 제반 서비스뿐만 아니라, 말 진료·경주마 유통·운송·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21세기 가장 각광받고 있는 지식정보산업을 일컫는 4차 산업에는 경마시행·마권발매·말 혈통 관련 정보의 창출 및 유통과 인터넷 기반 발매시스템 등이 해당한다. 온라인 베팅 시스템인 KNetz는 대표적인 4차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경마산업은 1차부터 4차까지 다양한 산업적 역할이 혼합된 “복합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걸쳐 그 파급 효과가 크다.
< 참고 : 경마의 산업 분류 >
말의 산업적 가치는?
이처럼 다양한 산업적 역할이 총 망라된 경마산업에서 근간을 이루는 말 생산 산업의 가치를 살펴봄으로써 여타 LB산업(로또, 카지노,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등)과는 차별되는 “복합레저산업”으로서의 경마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는 말 생산 산업이 농가소득 증대 및 관련 산업의 발달을 촉진시켜 높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말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산업은 경주마 생산업, 육성업, 장삭제업, 사료업, 농기계·비료·마구 등 기구·장비·물품 등의 생산업을 비롯해 수의진료 및 가축약품 생산 등의 의료업이 있다. 이들 산업에서 생산자, 육성업자, 마필관리사, 수의사, 장제사, 각종 판매·운송업자 등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한다.
말 생산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산업으로는 경주마 경매 등 유통업을 비롯하여 보험업, 마필 운송업, 목장시설 관련 설비업 및 토목·건축업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말 생산으로부터 파생된 산업도 규모가 상당한데, 승마를 비롯한 말 트래킹과 같은 관광레저산업, 마필 대여업, 식육산업, 동물매개 치료업(재활 및 치료승마) 등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승마가 고급 스포츠로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생활승마 동호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이다.
< 말 생산 관련 산업 >
이와 같은 말 생산 관련 산업을 포함한 마필산업의 산업유발효과는 연간 6조원 규모로 우리나라 GDP 대비 0.75%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호주, 아일랜드는 GDP 대비 마필산업 기여도가 3%이상을 차지하며, 미국의 경우 1%대 수준으로 마필산업의 산업유발효과가 영화산업 규모와 대등하다.
< 마필산업의 산업유발효과(‘05년 기준) >
※ 출처 : 농림부 경마혁신대책(‘07.3월)
두 번째로는 말 생산 산업이 FTA와 같은 신무역질서 환경에서 일반 농업의 효과적인 대체산업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농업의 경우 매년 농가수가 1~3%가 감소되는 반면, 말 사육 농가 수는 10~14% 증가 추세에 있으며, 향후 관광레저 수요 확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부 기타가축통계에 의하면 2006년 말 기준 국내 말 사육농가는 1,142농가이고 사육두수는 22,941두이다.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말 생산 산업은 농업의 대체산업으로서 매우 유용한데, 농지가 말 생산용 초지로 전환이 적합하고 향후 식량안보 위기 발생시 가장 손쉽게 농지로 재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 생산 산업은 기타 가축에 비해 단위면적당 사육두수가 가장 적고 오염물질 배출도 가장 적은 친환경 산업이며, 농촌의 관광지화에 효과적인 경관(景觀) 농업으로서 미래형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 말 사육 규모의 변화 >
세 번째는 국내 말 생산으로 국제무역수지에 있어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경주마의 75%는 국내에서 생산된 경주마이다. 만약 국내에서 생산을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외국으로부터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주마 생산을 통한 수입대체 효과를 추정해보면, 2001년 이후 5년간 약 648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었으며, 2010년이 되면 국내 경주마의 질적 수준 향상으로 국내 경마산업이 발전하면서 연간 약 600억 원대의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더불어 승용마로 활용되는 국내산 경주마의 수요 확대를 감안하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추가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말 생산 산업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수한 경주마 생산을 통해서 경마와 승마 분야에서 국제적 교류가 확대될 수 있으며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마 생산 시 해외 경주에 출주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 나아가 경주마와 번식마의 수출과 씨수말 교배사업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실제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경우 2005년도 연도대표마 “딥임팩트”라는 유명한 말이 국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06년에는 해외원정에서 일본말들이 두바이월드컵 시리즈 2승과 호주 멜버른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결국 2007년 일본은 세계 최고수준의 경마국가 분류인 「Part I 국가」로 진입하였다.
우리나라도 농림부 경마혁신대책의 『VISION 2016 국제 경마대회 우승』이라는 목표가 달성된다면 10년 후에는 미래 산업으로서 경마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경마가 축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끝으로 경마시행을 통해 국내 축산업의 발전을 리드해온 축산발전기금에 대해서 살펴보자. 경마수익금의 60%는 특별적립금으로 적립되고, 그중 80%가 매년 축산발전기금으로 쓰여 지고 있다. 2001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적립된 축산발전기금은 5977억원으로 같은 기간 축산발전기금의 자체운용수익을 제외한 신규 조성금액의 97%를 차지했다. 축산발전기금은 우리나라 축산업 각계 각소에 쓰이고 있어 축산업의 젖줄과도 같은데, 이 축산발전기금의 실제 생명줄은 경마수익금이었던 것이다. 경마가 축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말 생산 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경마는 1차에서 4차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산업으로서 마사의 진흥과 축산의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의 여가선용을 리드하며 80년 이상을 지속해 왔다. 경마는 로또, 카지노,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복합레저산업이자 미래 산업으로서, 앞으로 더욱더 육성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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