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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경마 공부방

[스크랩] 말은 왜 달릴까요?

 

말의 질주본능과 경마의 원리


재결전문위원(수의학박사) 김 병 선 


  

 은 다른 동물에 비해 잘 달리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3000m 정도는 시속 50㎞로 달릴 수 있으며 400m 이내의 거리는 시속 6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그중 경주마는 특히 더 잘 달리는 말들입니다.

 

 

 


 그렇다면 경주마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사력을 다해 달리는 것일까요? 치열하게 경주를 하다가 갑자기 넘어져 못 일어나는 말도 있고, 다시 일어나 절룩거리며 달리는 말도 있습니다. 심지어 양쪽 콧구멍에서 붉은 피를 내뿜으며 달리는 말도 있습니다. 무리한 질주로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다리뼈가 골절되기도 하고, 또는 폐에서 흘러나온 혈액이 기도를 막기도 합니다.

경주에 참여했던 말은 온몸이 아프고 결려서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아누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자신의 능력한계를 넘었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일까요?



 말은 경쟁심이 있기에 경주에서도 최선을 다해 달린다


어떤 사람들은 말에게도 경쟁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말은 사회성이 좋은 동물입니다. 홀로 살기보다는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살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서열이 정해지고, 자기들만의 생활규칙이 만들어집니다. 서열이 높은 말은 먹이를 먹거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우선순위를 갖기 때문에 말들에게도 서열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 만큼 구성원들은 군집 내에서 높은 서열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을 합니다. 그중에서 달리기는 아주 중요한 경쟁요소이며,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는 수단인 셈입니다. 경주마가 경주에서 다른 말에게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영화 <씨비스킷(Seabiscuit)>에서 조교사 톰 스미스는 기수 레드 폴라드에게 주인공 말인 ‘씨비스킷’이 상대마에게 바짝 붙어 나란히 달리도록 작전지시를 합니다. 눈싸움으로 경쟁심을 자극해 잠재력을 발휘토록 한 것입니다. 조교사는 헐값에 구매한 이 다리 굽은 말의 특징과 심리를 잘 파악해 이 같은 작전을 구사함으로써 많은 상대마를 제치고 당대 최고의 명마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씨비스킷 중 한장면

 



 말이 최선을 다해 달리는 또 다른 주장들


 다른 주장도 있습니다. 제한되고 억눌린 생활로부터의 탈출 또는 해방심리가 작용해 넓은 주로에 나서는 순간 거침없이 내달린다는 것입니다. 말은 주변 환경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이리저리 행동이 분주한 동물입니다. 경주마로 활용되는 더러브렛종은 특히 호기심이 많은 반면 참을성은 부족한 동물입니다. 오랜 시간 마방에 가두어두면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어 좁은 마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안달 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가 없으면 경주마는 마방에 갇혀 매우 제한된 생활을 합니다. 경마장에는 많은 말들을 충분히 방목시킬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경주에 나갈 말은 조교사가 의도적으로 가두어 두기도 합니다. 따라서 말들은 자신의 본성이 억제된 환경 때문에 해방에 대한 욕구와 분노가 누적되기도 합니다.


 물론 매일 아침 강한 조교훈련을 하긴 하지만 운동시간이 부족해 그들의 질주본능에 오히려 갈증만 더해 줄 뿐입니다. 더욱이 경주를 앞둔 말들에게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연맥·보리와 같은 고에너지의 농후사료를 듬뿍 먹여 혈액과 근육에는 글리코겐과 포도당이 넘쳐납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말의 근육에 이런 에너지원이 쌓이면 온몸이 근질근질해지며 운동욕구가 향상됩니다. 이것이 경주마를 출발에서부터 결승선까지 전력 질주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생태학적 특성에서 말의 달리기 본능 원인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말은 에쿠우스(Equus) 이래 조상 대대로 수만년 동안 야생생활을 하며 초원의 약탈자 육식동물로부터 수시로 공격을 받았고, 수많은 동족이 맹수의 먹이로 생명을 빼앗겼던 사무친 역사를 뼛속 깊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본능적으로 주위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히 많고, 수상한 물체의 움직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작은 소리나 낯선 물체에 놀라 갑자기 흥분하고 날뛰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경주에 출전해 날카로운 금속성 굉음을 내며 발주기 문이 열리는 순간 말들은 놀라 앞을 향해 돌진하게 되고, 언제 덮칠지 모르는 후미의 공격자로부터 좀더 멀리 떨어지기 위해 죽어라 하고 달립니다. 이것이 말을 이용해 경주를 할 수 있는 기본 원리입니다. 이때 기수는 좀더 실감나는 공격행위를 연출하기 위해 말 위에서 소리도 지르고 채찍으로 가격해 말이 사력을 다해 달리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합니다.

   


 말은 경주의 우승 여부에 관심이 있을까?


 그렇다면 말은 자신이 경주에서 우승했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승은 말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말이 알든 모르든 사람들은 우승마에 대한 대접을 달리하게 되고, 수차례 경주를 체험하면서 승리와 패배에 대한 차별대우를 경험함에 따라 영리한 말은 우승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그것은 성취동기로 작용하며 일부 특출한 말은 다음 경주에서 또 우승의 쾌감을 맛보기 위해 투지로 역주를 합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유능한 조교사는 아예 어린 말을 조교시킬 때 다른 말보다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도록 하고,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는 목을 토닥이며 잘했다는 격려를 반복합니다. 물론 달콤한 설탕이나 당근을 부상으로 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우승의 가치를 일찌감치 인식시키는 일종의 조기교육인 셈입니다. 반면 잘못했다고 야단치는 행위는 말의 의지와 투쟁심을 꺾어 아주 나약하고 수동적인 말을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제합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경주에 나온 말들은 발주기를 박차고 전방을 향해 내달립니다. 말은 결승점이 어딘지, 경주거리가 얼마인지도 개의치 않습니다. 다만 다른 말과의 경쟁심, 구속으로부터의 해방감, 위협요소로부터의 도주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각자 최선을 다해 달릴 뿐입니다. 경주의 무리 속에서 다른 말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코피가 터지도록 진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마입니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태만하게 만용을 부릴 만큼 어리석은 말이 없기에 결승선에서는 필연적으로 승패가 갈라지게 됩니다. 그 결과 야생의 초원이라면 패자에게 죽음이 주어졌을 일이, 경주로에서는 승자에게 열광적인 환호와 영광스러운 찬사가 쏟아집니다. 말의 이런 속성이 바로 경마의 공정성을 상당부분 보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출처 : 여기는 경마공원 ^^
글쓴이 : KR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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