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필보건소를 방문했던 한 꼬마가 느닷없이 “말도 성형수술을 받나요?”라고 묻기에 재미있다는 생각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줬던 일이 있다. 그리고 설명의 끝에 나도 한 가지 물어 보았다. “너도 나중에 성형 수술을 받고 싶어?”
사람의 성형수술은 크게 몇 가지 목적으로 적용된다. 외부적인 신체의 결함이나 상처·흉터로 인한 환자의 심리적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 단순히 더 예뻐 보이기 위해서, 신체의 기능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가 그 이유다.
몸에 흉터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흉터로 인해 수치스러움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성형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받는 수술 역시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타고난 자기 신체에 대한 자부심 결여로 인해 표면적인 미의 추구를 위한 수술은 그렇지 못하다고 여겨진다.
한편 개의 경우 짖는 소리를 줄이기 위한 성대수술이 시행되는데, 이는 소리를 크게 못 내도록 인위적으로 장애를 만드는 일이므로 목적상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말도 성형수술을 받을까? 대답은 “그렇다” 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와 다른 점은 외모를 개선하기 위한 성형수술보다는 기능은 회복하기 위한 성형수술이 주로 시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찢어진 눈꺼풀을 다시 붙인다거나, 피부에 달린 혹을 제거한다든지, 안면주위나 귀밑에 생긴 낭포를 제거하는 것처럼 병을 치료하고 외모를 개선하기 위한 성형수술도 시행되기는 한다. 하지만 얼굴이나 피부에 남는 흉터에 사람처럼 그리 민감하지는 않는다. 간혹 뼈의 골절이나 증식으로 인해 겉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 내기도 하는데, 이는 목적상 성형수술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정형외과수술에 가깝다.
말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성형수술 중 대표적인 것이 후두성형수술이다. 후두란 콧구멍을 통해 들어간 공기가 비강을 지나 기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부분을 말한다. 후두는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나 음식물을 식도로 넘길 때 필요에 따라 닫히기도 하고 열리기도 하는 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이 후두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열고 닫는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운동부하가 많이 걸렸을 때 공기 출입을 방해하고 기도 입구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런 말은 경주 때 초반에는 잘 나가다가 3·4코너를 돌면서 거칠고 시끄러운 숨소리와 함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흔히 천명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나타나는 증상을 기준으로 붙인 이름일 뿐 정확한 질병명은 아니다.
대표적인 후두질환으로 좌측 후두편 마비, 후두개 포착, 피열연골염, 연구개 배측변위, 후두협착 등이 있으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이런 질환이 생겼을 때 약물을 투여하는 등의 내과적 처치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과적인 수술이 고려되는데, 이를 통틀어 후두성형수술이라 한다.
그렇다면 수술은 아무 말이나 할까? 답은 “아니다”이다. 운동 중 숨소리가 거칠고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해서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하고, 수술 받았다고 해서 못 뛰던 말이 모두 잘 뛰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병과 치료법이 같고, 나아가 치료효과도 같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수술 적용이 가능하고 수술로 효과를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수의사들은 내시경검사· 방사선검사·임상병리검사 등을 실시하고, 확진을 위해 말을 트레드밀(대형 런닝머신) 위에 올려 고속으로 달리도록 하면서 후두 내시경검사 등 각종 검사를 진행한다.
수술 결과는 만족스러운가? 수술 받은 모든 말이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 주지는 않지만, 잘만 되면 수술 전에 비해 운동능력이 현저히 개선된다. 그 효과는 실제 경주, 특히 중장거리 경주에서의 경주 결과로 직접 나타난다. 하지만 간혹 수술 부위의 연골이 찢어지거나 매듭을 지어 놓은 실이 느슨해지면 처음의 증상이 재발할 수 있으며,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후두의 기능 변화에 따라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수술 직후 집중적인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수술은 어디에서 받을 수 있나? 현재 국내에서 후두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나? 현재 국내에서 후두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은 KRA 서울경마공원 동물병원(구 마필보건소)이 유일하다.
질문했던 꼬마에게.
푸르던 숲과 나뭇잎이 나던 시절도 지나고 어느덧 울긋불긋 색으로 변하는 가을의 문턱에 있구나. 하지만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우리 마음은 벌써 봄을 향해 가고 있듯이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희망을 본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어찌 보면 나무는 매년 성형수술을 스스로 하고 있는 셈이다. 불필요한 것들, 노쇠한 것들, 벌레 먹은 것들을 이 가을과 겨울에 모두 떨구어 내고, 봄이 되면 싱싱한 나뭇잎과 새로운 가지를 만들어 내니 이 어찌 성장과 성형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외모로 인해 갖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을 이해하고 식물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삶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성형외과 의사들은 결코 바라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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