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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경마 공부방

[스크랩] 말을 멍청한가 영리한가?

 

 

말은 멍청한가 영리한가?


    

 말은 덩치가 사람의 10배 가까이 되면서도 1000년이 넘도록 인간에게 속박돼 다양한 형태로 봉사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거운 마차를 끌거나 논밭을 갈았고, 전장에 내몰려 희생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수만의 관중 앞에서 사력을 다해 경주로를 질주하기도 한다.

 

 

 


 말은 사람보다 힘이 세고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이 잡은 고삐에 구속돼 채찍을 맞으며 달린다. 심지어 고삐가 풀렸을 때도 멀리 달아나지 않고 대부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왜 그럴까? 멍청해서?


 말은 지능이 없어 인간의 속박을 필연으로 받아들여 체념하며 사는 것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사람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말은 인간의 문화에 깊숙이 개입했고, 아직도 신문의 넓은 면적이 말들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말들의 질주를 보고 환호한다는 것이다.

 

 말의 지능에 관해서는 많은 주장과 논쟁이 있어 왔다. 말은 훌륭한 지능의 소유자라는 찬사가 있는 반면 아주 어리석은 동물이라는 악평이 공존한다. 이렇게 말의 지능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인류역사의 발달 과정에서 말이 인간의 우직한 노예로, 때로는 영리한 반려자로 상반되게 비춰졌기 때문이다.



 영리하다는 말을 듣는 몇 가지 행동들

 

 


 ‘말이 영리하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가축들에 비해 생각이 있는 듯한 행동을 종종하기 때문이다. 멀리 방목장에 나갔던 말이 자기 마방을 정확하게 찾아 들어가는 것이라든지, 걸어 둔 마방 빗장을 입이나 발을 이용해 교묘하게 열고 밖으로 뛰쳐나온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말은 또 바짝 마른 건초는 물통에 담가서 물에 불려 먹고, 방목장에서 독 있는 풀과 맛있는 풀을 구별해 먹고,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도 아픈 것인 줄은 알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곧 알고 따른다. 그뿐 아니다. 마장마술이나 마상쇼 같은 고난도의 훈련을 소화하고, 방목장에서 다른 말을 만나면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동지애를 발휘하거나 야생 방목생활을 하는 말들 간에는 엄격한 서열이 형성돼 일종의 사회생활을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말은 다른 동물보다 어딘가 영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말의 학습능력은 어느 정도?


 지능이란 일반적으로 문제 해결능력 또는 학습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말은 어느 정도의 학습능력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말을 상대로 한 다양한 실험이 실시됐다. 그 결과 말은 상당한 학습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형태의 사료통 중에 특정 형태의 사료통에만 사료를 담아 말에게 수차례 반복해 공개한 후 사료통의 위치를 바꾸었을 때 말이 사료가 든 통을 찾아가는 시간이 점차 단축됐다.

다른 실험에서는 말에게 박자와 파장이 다른 소리를 보내고 특정 파장에서 말에게 당근을 주는 훈련을 한 후 순서를 바꿔 소리 신호를 보내더라도 해당 박자와 진동수에서 말이 당근을 먹으려고 정확히 반응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또 밤새 물을 주지 않은 말에게 미로를 통과하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 실험을 5회 반복한 결과 통과시간이 처음보다 반으로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실험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말은 분명 시각·청각 등의 감각 기능이 발달돼 있으며, 무엇보다도 일정 수준의 판단력과 기억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말의 뇌 중량은 약 630g으로, 사람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체중에 대한 뇌의 무게를 감안하면, 말은 몸집에 비해 매우 작은 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더러브렛종 경주마 뇌의 크기는 사람의 주먹만하다.

일반적으로 지능은 뇌의 크기와 관련이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사람에 비해 훨씬 보잘것없는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대뇌 피질부의 주름이 많이 발달할수록 지능이 높다고 하는데, 말의 뇌는 그다지 주름이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사람에서의 IQ와 같은 개념의 말 지능지수는 알 길이 없다. 동물들의 지능지수를 측정할 만한 객관적인 방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측정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원숭이나 개, 돌고래, 코끼리의 지능보다는 훨씬 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상당한 기억력을 가진 동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상당한 기억력을 가진 말


 말은 어떤 특정 장소를 잘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야외에서 운동을 할 경우 어떤 동물이나 물체가 갑자기 움직이면 몹시 놀라는데, 다음에는 그 장소에 절대 가려고 하지 않거나 그곳에만 가면 겁을 먹고 긴장하곤 한다. 예를 들어 경주 중에 잘 달리던 말이 특정 장소에만 가면 놀란 듯 갑자기 옆으로 달아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말은 과거에 그 지점에서 무엇엔가 놀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경주를 시작하려면 발주기라는 스타팅 게이트에 말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어떤 말은 발주기에 진입하는 것을 거부해 눈을 가리고 끌고 들어가거나 여러 사람이 합심해 뒤에서 간신히 밀어 넣기도 한다. 심지어 끝내 거부해 발주 제외되거나 기수를 떨어뜨리고 아예 멀리 달아나는 말도 있는데, 이런 말들은 분명 과거에 발주기 안에서 몸부림치다 구조물에 부딪쳐서 다쳤거나 그 안에서 사람에게 호되게 야단맞은 기억 등을 가지고 있다.



 말은 사람의 행동과 지형지물에 대한 기억력도 좋다


 말은 사람에 관한 기억도 잘한다. 특히 자신에게 야단을 치거나 채찍으로 가혹행위를 한 사람을 잘 기억하는데, 그런 사람에게는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가 사람이 방심하는 사이에 보복적인 공격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말을 끌 때는 사람이 앞서서 끌어서는 안 되고, 말의 왼쪽 어깨 옆에 서서 고삐를 잡고 함께 나란히 걸어야 한다. 언제 뒤에서 앞발로 공격하거나 이빨로 물어뜯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말은 자신이 생활하는 지역의 지형지물을 잘 파악해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마사 주변에 평소에는 없던 물체가 새롭게 설치되거나 위치가 변경되면 그것에도 몹시 경계를 한다. 심지어 길가에 있는 철쭉·연산홍 같은 식물군락에 꽃이 피어도 명암이 바뀌어서인지 말은 몹시 낯설어한다.

이렇듯 말은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간혹 경마팬들이 예시장에 특정 기수를 응원하기 위해 플래카드를 걸어놓거나 환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말들은 이것에도 경계심을 품어 예시 중에 흥분하기도 한다.



 말의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일관된 지시

 

 

 


 경주마의 조교(훈련)는 말의 이런 타고난 기억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말에게 어떤 행위를 요구할 때 그에 상응하는 특정한 지시(고삐, 기좌, 음성, 채찍 등을 통한 신호)를 반복함으로써 그 상관성을 기억시키고, 향후 어떤 지시를 하면 그에 해당하는 반응행동을 즉각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을 훈련시킬 때는 지시를 정확하고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말은 혼동하게 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제 맘대로 행동하는 악벽(못된 버릇)이 생겨 결국 통제 불능마가 된다. 그것은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재결전문위원(수의학박사)  김  병  선

출처 : 여기는 경마공원 ^^
글쓴이 : KR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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