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를 맞이하여 식상할지 모르지만 소와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둘은 사람에게 유용한 동물이지만 소는 12간지 중 두 번째로 겨울에 해당하고, 말은 일곱 번째로 여름에 해당하여 서로 궁합이 맞지 않아 누가 보아도 극과 극의 관계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 그림의 등이 검은 이유
사서삼경 중 하나인 주역에 보면 양(陽)에 해당하는 하늘, 군주, 아버지, 말이 서로 통하는 개념이고, 반대로 음(陰)에 해당하는 땅, 백성, 어머니, 소가 서로 통하는 개념이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개념을 우리 옛 그림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조선시대 우마도 중에는 말의 등을 검게, 소의 배를 검게 하여 음양사상을 표현한 경우가 여럿 발견되어 동물화에도 철학적 관념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식-고목우도-조선-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식-유하계마-조선-개인소장
가위바위보에서 매번 이기는 말
몸집이 가장 큰 가축이고 인간에 유용하기로 막상막하라 비슷한 점이 꽤 많지만 소와 말은 생물학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말은 발가락이 퇴화한 발굽이 하나이고 소는 두 개라서 가위바위보를 하면 늘 주먹을 내는 말이 이긴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구조도 반추동물인 소는 위가 네 개이고 일단 먹이를 삼킨 후 되새김질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말은 위가 하나인 단위(單胃)동물이라 되새김질 없이 창자 끝부분까지 가서 소화를 완성합니다. 그 외에도 치열이 길어 얼굴도 긴 말은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그 곳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연결하는 반면, 소는 코청을 꿰뚫는 나무 고리인 코뚜레를 이용해 고삐를 매어 제어합니다.
말발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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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발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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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짝꿍처럼
그러나 말과 소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범주로 묶일 수밖에 없는 존재였습니다. 예부터 소와 말을 우마(牛馬)라 아울러 불렀고 우시장·마시장이 같이 열렸으며 수의학 분야에서는 두 가축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옛말에서는 두 가축이 짝꿍처럼 등장하기도 합니다. “동우마각(童牛角馬)”이라 하여 뿔이 없는 송아지와 뿔이 있는 말을 가리키면서 도리에 어긋남을 비유한 사자성어도 있고 “토우목마(土牛木馬)”이라 하여 흙으로 만든 소와 나무로 만든 말을 통해 진짜 같아도 논밭을 갈고 짐을 나르지 못하므로 문벌은 있으나 재주가 없는 사람을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마운 친구, 소와 말
따로, 때로는 같이 어울리며 살아온 소와 말의 관계를 살펴보니 생김새에 성격까지 전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의기투합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 가축들은 우리 사람을 위해 삼십여 년의 생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말은 끌어야 잘 가고 소는 몰아야 잘 간다”는 속담은 어떤 일이나 특성에 맞게 일을 처리하여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소임을 다해온 두 가축의 봉사를 함축한 표현으로 다가옵니다. 조상들은 소와 말의 신에게 감사하는 제사까지 올렸었다고 합니다. 제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일해 주는 소와 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밝아오는 기축년을 더 힘차고 뜻 깊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마사회 학예사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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