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주가 된 계기는 ‘동물이 좋아서’
- 경마를 사랑하고 말을 아끼는 진정한 마주
블랙스콜피온과 함께 한 전종섭 마주
국내 최초 원정마 ‘픽미업’이 미국 경마 데뷔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8월중으로 잡혀 있던 ‘픽미업’의 데뷔전은 현지 사정으로 잠시 연기되었지만, 9월안으로 반드시 데뷔시킨다는 계획이어서 한국경마사상 최초의 해외원정이 이루어질 듯 합니다. 이 사실에 누구보다도 가슴 두근거리는 사람은 ‘픽미업’의 주인인 전종섭 마주(60)일 것입니다.
대구의 중견 화섬업체 ‘삼공화섬’의 관리이사로 재직 중인 그는 휴일에도 회사로 출근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수출물량이 많아요. 저뿐만 아니라 무역부 직원들이 모두 나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마주가 된 이유는 순전히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이랍니다. 어릴 때부터 말과 같은 큰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말을 구경하기 위해 제주도에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부산에 경마장이 생기자 그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마주가 되기로 했습니다. “마주가 되기 전에도 경마를 좋아했습니다. 과천 서울경마공원으로 가족나들이를 가기도 했고요, 가끔 대구에 있는 마사회 장외발매소에서 경마를 즐기곤 했습니다.”
마주 생활은 그의 노년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마주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말을 자주 볼 수 있겠어요. 또 경마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마주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척 많습니다. 대부분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마주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서 마주는 성공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국내 최초 해외원정마의 주인이라는 명예를 안겨준 ‘픽미업’은 전종섭 마주의 첫 번째 말입니다. 마방을 돌아다니다가 조교사들이 좋은 말이라고 칭찬을 해서 유심히 봤더니 어깨와 엉덩이 근육이 우람하고 검은 털에 윤기가 났습니다. “처음에 딱 보니깐 이 놈 잘 뛰겠구나 싶었어요.” ‘픽미업’은 역시나 첫 느낌대로 출중한 실력을 발휘해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말로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픽미업’은 무려 1년 반 동안 60kg이 넘는 부담중량을 지고 달렸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3착 안에 드는 저력을 보였는데, ‘픽미업’의 이런 뚝심은 계속해서 무거운 중량을 부과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부담중량이 무겁다는 것은 그 만큼 능력 있는 말이라는 반증이지만, 마주로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답니다. “‘픽미업’은 체중이 460kg 안팎으로, 500kg을 훌쩍 넘는 다른 말들에 비하면 체구가 무척 왜소한 편입니다. 이런 말에게 단지 좀 잘 달린다는 이유만으로 60kg이 넘은 중량을 계속 부과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경주성적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필 보호’를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때 잘 나가던 말들이 부상으로 은퇴한 경우가 많습니다. 경주 편성도 좋지만 마필 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픽미업’은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바라는 경마팬들의 바램과 말의 보호를 바라는 마주의 심정이 상충되는 한국경마의 딜레마를 이야기했습니다.
전 마주는 지난 7월 ‘픽미업’을 미국으로 수송할 때 따라 갔다가 1주일 후에 귀국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데뷔전을 현지에서 응원하고 싶지만, 명절과 회사업무로 국내에 머물러야 합니다. “데뷔전은 가까이서 보지 못하지만 10월초에 있을 두 번째 경주는 꼭 응원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그는 자신이 국내 1호 원정마의 주인이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응원이 대단합니다. 올림픽 대표팀에 자식을 보낸 부모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올림픽에 나간 자식이 금메달을 따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처럼, 전종섭 마주도 ‘픽미업’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 귀국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는 성적에 목메는 각박한 마주는 아닙니다. “‘픽미업’은 마주로서 소유한 첫 번째 말이고, 가장 오래 동안 내 곁에 남아준 말입니다. 제발 온전한 몸으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그는 경마를 사랑하고 말을 아끼는 진정한 마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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